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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하지만 하지 않는 질문

컨설턴트 초년생 시절, 새 프로젝트가 시작되어 처음 클라이언트 사이트에 들어가던 날의 풍경이 있다.

전날 밤 홍콩 지식 센터(knowledge center)에 키워드를 보내면, 다음 날 아침 팩스 자료실에 수천 장의 문서가 쌓여 있었다. 돌돌 말린 팩스 용지를 펴고 정리해서 50센티 높이의 바인더를 수레에 싣고 클라이언트 사이트로 들어가는 것이 관례였다. 그 수레 안에 담긴 것이 수억원짜리 컨설팅 용역의 핵심 자원이었다.

지금은 그 수레 전체가 구글 검색 한 번으로 대체된다.

지식의 무게중심은 어디로 이동하는가

정보가 희소하던 시대엔 “많이 아는 것”이 격차를 의미했고, 그 수레를 더 크게, 더 빠르게 채우는 쪽이 이겼다. 인터넷이 그 게임을 끝냈다. 이때부터 중요해진 건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얼마나 정확히 기술할 수 있느냐였다. 모른다는 걸 명확히 표현할 수 있으면 답은 검색으로 찾을 수 있게 되었다.

AI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검색은 정확한 키워드를 요구했지만, AI는 모호한 의구심으로 시작해도 대화를 통해 질문 자체를 다듬어준다. 나아가 조직 안에 숨어 있는 암묵지 — 왜 저 공장 라인이 이 라인보다 성과가 나는지, 특정 영업사원만 아는 고객 응대의 감각 — 이런 것들을 끄집어내 형식지로 만드는 일도 AI가 할 수 있다.

지식의 수레는 더 이상 조직이나 개인의 차별적 경쟁 우위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럼 이제 무엇이 격차를 만들까?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질문을 찾는 사람

젠슨 황은 미래의 똑똑함이란 기술적 예리함과 공감 능력, 그리고 말해지지 않은 것 — “알 수 없는 것(the unknowables)“을 추론하는 능력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고 말했다. 답을 잘 찾는 사람이 아니라, 아직 아무도 묻지 않은 것을 감지하는 사람이 다음 시대의 인재라는 뜻이다.

나는 이것이 AI 시대에 인간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AI는 “아는 것”과 “모른다는 걸 아는 것” 두 영역에서 이미 탁월하다. 하지만 모른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영역 —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질문을 처음 발견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그 일을 하고 있는가. 더 좋은 프롬프트, 더 정확한 검색, 더 빠른 실행에 열중하는 사이, 정작 아무도 묻지 않은 질문을 찾으려는 노력은 뒤로 밀려나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