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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장 — 효과적인 결정 The Effective Decision

매주 월요일 아침 7시, 우리 네 명은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함께 읽고 토론한다. 대기업 경영연구원장, 인재개발원을 이끄는 HRD 리더, 피터 드러커 전문가인 작가, 그리고 필자까지. 각자의 현장 경험과 관점이 만나 깊이 있는 대화가 오간다. 이번 주제는 37장 ‘효과적인 결정’이었다.

들어가며

강독 후 한 참석자가 이런 말을 던졌다. “100m 달리기 선수인데, 달리는 법을 한 번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느낌이다.”

임원이 하는 일이 의사결정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하는지 진지하게 배우거나 고민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컨설팅 현장에서 수십 년을 보낸 필자도 마찬가지다. 문제 해결을 위한 가설 수립, 리서치와 분석, 메시지 작성, 설득 기법 같은 기술적 훈련은 충분히 받았지만, 드러커가 말하는 의사결정의 본질적 원칙에 대한 교육은 어디서도 받지 못했다. 경영학의 의사결정 이론들도 대부분 분석 절차와 개량적 접근에 집중할 뿐, 그 메타 원칙들은 빠져 있다.

드러커가 말하는 효과적인 결정의 본질

피터 드러커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의사결정에 대한 통념을 하나씩 깨뜨린다. 그 중 특히 인상적인 네 가지를 짚어보겠다.

첫째, 답보다 질문이 먼저다. 우리는 의사결정을 앞두면 빠르게 답을 찾으려 한다. 어떤 선택이 옳은지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는 것이 유능한 리더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드러커는 전후 일본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눈부신 성과를 내는 것을 목격하며 수십 차례 일본을 방문하고 그 이유를 깊이 연구했다. 그가 주목한 것이 바로 일본 특유의 의사결정 방식이었다. 서양이 “어떤 답을 낼 것인가”에 집중하는 동안, 일본은 “우리가 결정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 자체를 정의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쓴다. 대안적 질문을 확인하는 것이 효과적인 결정의 첫 번째 단계라는 것이다.

둘째, 사실이 아니라 의견에서 출발해야 한다. 리더들은 의사결정을 앞두고 객관적인 사실을 모으는 데 집중한다. 팩트에 기반한 결정이 올바른 결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러커는 이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사실은 기준이 있어야만 사실이 되는데, 그 기준 자체가 이미 하나의 판단이다. 의견에서 출발해야만 의사결정자는 자신이 실제로 무엇을 결정하려는 것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팩트 개더링에 몰두하다 보면 정작 올바른 질문을 놓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셋째, 반대 의견이 없다면 결정하지 말라. 회의실에서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면 좋은 결정이 내려졌다고 생각한다. 합의가 이루어졌으니 이제 실행만 하면 된다고 여긴다. 드러커는 이것이 가장 위험한 착각이라고 말한다. 반대 의견이 없다면 그 결정은 아직 제대로 된 검토를 거치지 않은 것이다. 반대 의견은 의사결정자가 조직 내 특정 이해관계의 포로가 되는 것을 막고, 미처 보지 못한 대안을 드러내며,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한다. GM의 알프레드 슬론이 모두가 동의하는 순간 “그렇다면 다음 회의까지 반대 의견을 만들어 옵시다”라고 했던 일화는 그가 왜 위대한 경영자인지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드러커는 이렇게 강조한다. 결정을 다 내린 후에 설득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사실상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과 같다. 누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그것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까지 결정 안에 포함되어야 하고, 피드백 장치를 처음부터 내장하지 않으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의사결정은 정답 찾기나 지적 훈련이 아니다. 효과적인 행동을 위해 조직의 비전, 에너지, 자원을 동원하는 행위다.

토론

모든 결정에 깊이 있는 사고를 투입할 수는 없다

드러커의 원칙에 모두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질문이 떠올랐다. 모든 의사결정을 이런 방식으로 처리할 수는 없지 않은가. 토론에서 나온 핵심 구분은 이것이다. 의사결정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익숙한 영역에 대해 반복적으로 해온 결정이고, 다른 하나는 전례가 없어 깊은 탐구가 필요한 결정이다. 리더의 가장 중요한 과업 중 하나는 지금 내려야 하는 결정이 어느 쪽인지를 판별하는 것이다.

문제는 전례 없는 결정을 익숙한 방식으로 처리하는 일이 현실에서 비일비재하다는 데 있다. 한 토론자는 최근 기업들이 고민하는 AI 전환을 대표적 사례로 짚었다. AI를 단순한 도구로 볼 것인지 근본적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볼 것인지, 그 문제 자체가 조직 내에서 합의되지 않은 채 기존 IT 거버넌스 프로세스 안에서 처리된다는 것이다. 세상이 완전히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 많은 우리 기업들은 익숙한 방식으로 익숙한 답을 찾고 있는 것만 같다.

부정할 수 없는 견해는 견해가 아니다

한 토론자는 수많은 전략 문서를 보면서 느낀 답답함을 이렇게 정리했다. 좋은 견해란 누군가가 Yes 혹은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조직에서 나오는 의견들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것들의 나열이다. 성공에 필요한 열 가지 요소를 박스에 그려놓고 전략이라 부르지만, 그것은 정의의 나열이지 견해가 아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합의는 사실 아무런 결정도 아니다. AI 전환 논의에서도 마찬가지다. “AI는 중요하다,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결정에 아무도 No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말은 실제로는 아무 결정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반대 의견은 그 순간에 만들어낼 수 없다

반대 의견 조직화의 중요성에는 모두 공감했지만, 현실의 어려움도 분명했다. 평소에 다양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와 루틴이 없다면, 중요한 의사결정 순간에 갑자기 반대 의견을 조직화할 수는 없다. 조직 내에서 다른 견해를 말하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한, 진짜 반대 의견은 나오지 않는다. 이것은 의사결정 세션의 퍼실리테이션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평상시의 조직 문화와 리더십 설계의 문제다. 그래서 결국 많은 조직들은 반대 의견보다 실행하기 쉬운 톱다운 결정에 기대게 된다.

마치며

토론자들이 크게 공감한 부분은 피드백에 관한 드러커의 주장이었다. 결정 안에 그 결과를 추적할 수 있는 피드백이 처음부터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뜨끔할 이야기다. 컨설턴트 혹은 기업 내 기획 부서 등의 관점에서 보면, 결정을 내리고 역할을 배분하는 것까지는 익숙한데, 그것이 실제로 잘 되고 있는지 끝까지 추적하는 체계적인 노력은 항상 소홀해진다. 위임인지 마이크로매니지먼트인지의 경계도 모호하고, 정성적 결과물일수록 더 어렵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실패한 결정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순히 책임자를 문책하고, 새 리더를 앉힌다고 과거의 실패 원인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지난 결정이 왜 효과를 만들지 못했는지에 대한 냉정한 리플렉션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그 반추 자체가 편향되거나 불완전하다. 문제를 잘못 이해한 건지, 전략이 잘못된 건지, 실행이 잘못된 건지가 명확하게 분석되지 않은 채 “상황이 달라졌으니 이번엔 더 열심히 해봅시다”로 넘어간다. 그렇게 조직의 비전과 에너지와 자원이 또 한 번 낭비된다.

달리는 법을 배운 적 없는 선수가 더 빠르게 달리려면, 먼저 자신이 어떻게 달리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