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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장 — 성과달성 정신 The Spirit of Performance

2022년부터 현대차그룹 및 외부 전문가 4명은 매주 월요일 아침 7시, 온라인으로 모여 피터 드러커의 저서 《매니지먼트》를 읽고 토론한다. 각자의 현장 경험과 관점이 부딪히며 만들어낸 깊이 있는 통찰을 공유한다. 이번 글은 2025년 11월 24일 진행된 ‘36 성과달성 정신 (The Spirit of Performance)’ 강독회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들어가며

매주 임원회의에 자기가 해결하고 있는 문제들을 들고 오는 임원이 있었다. 자기 조직에서 지금 어떤 어려움이 생겼는지, 그것을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해결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어필했다. 듣다 보면, 일주일 내내 바쁘고, 분주하고, 치열해 보인다. 그런데 연말이 됐을 때 그 임원이 실제 만들어낸 성과는 없었다.

성과 정신은 열심히 일하는 것도, 흠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실패하더라도, 성공의 타율을 높이면서 비범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번 강독회의 핵심 질문은 여기서 시작한다. “과연 조직은 임직원들이 진짜 성과를 달성하도록 돕고 있는가, 아니면 방해하고 있는가?”

피터 드러커가 말하는 성과달성 정신의 본질

“조직의 진정한 목적은 평범한 사람들이 비범한 일을 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천재는 항상 희소하고 믿을 수 없다. 위대한 조직은 각 구성원의 강점을 끌어내고, 그 강점들이 서로를 보완하게 만드는 구조를 통해 탁월함을 만들어낸다. 그것이 ‘성과달성 정신(Spirit of Performance)‘의 본질이다.

성과의 기준은 무실점이 아니라 타율이어야 한다

토론 초반, 이 장이 『매니지먼트』에서 가장 좋아하는 챕터 중 하나라는 말로 대화가 시작됐다. “드러커 박사의 문장이 단호하면서도 안정감을 준다. 성과는 매번 과녁 정중앙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긴 시간에 걸쳐 결과를 안정적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이라는 정의가 특히 마음에 든다.”

드러커는 이를 야구의 타율로 비유했다. 3할 타자는 10번 중 7번을 아웃당하지만 팀의 에이스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실수와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조직에는 치명적인 병폐가 찾아온다. 바로 ‘안전한 평범함(Safe Mediocrity)‘이다. 실제 현장에서도 도전보다 안전을 택하는 리더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는 것이 토론자들의 공통된 우려였다.

문제는 조직이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에 있다. 성과를 제대로 보려면 정량 점수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시도를 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했는지 정성적인 기록이 함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큰 조직일수록 같은 잣대로 전체를 관리하고, 도전보다 실패에만 차등을 두는 방식으로 굳어지기 쉽다. 결과 점수로만 수렴되는 성과관리 안에서, 조직은 어느 순간 도전을 멈춘 사람들로 채워지게 된다.

문제 해결에서 기회 실현으로

인트로에서 이야기한 그 임원을 다시 떠올려보자. 그는 왜 매주 문제를 들고 오는가? 어쩌면 그것이 자신이 일하고 있다는 가장 가시적인 증거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문제를 해결한다는 건 이미 벌어진 균열을 수습하는 일이다. 반면 진정한 성과달성 정신이 살아있는 조직은 폭발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기회에 에너지를 집중한다.

그래서 드러커는 모든 관리자가 업무 계획에서 “지금 우리 부서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는 무엇인가?”가 아니라, “실현될 경우 회사와 내 부서의 성과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기회는 무엇인가?”라고 질문하도록 제안한다. 이 질문 하나가 조직의 시선을 과거에서 미래로 돌려놓을 수 있다.

사람에 대한 결정이 조직의 진짜 메시지다

인사 결정은 조직이 구성원 전체에게 보내는 가장 강력한 신호다. 이를 통해 구성원들은 조직이 무엇을 진짜 성과로 인정하는지를 알게 된다. 새로운 시도를 하다 실패한 사람이 좌천되고,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지만 눈에 띄는 도전도 없는 리더만 매번 승진하는 조직에서 성과 정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드러커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중상위 관리자, 혹은 실무 임원급의 승진 결정이다. 일반 구성원에게 CEO는 1년에 한두 번 얼굴을 보는 존재지만, 직속 실장이 어떤 태도로 사람을 대하는지는 매일 아침 회의실에서 직접 목격한다. 그들에게 이 실무 임원은 사실상 ‘회사 그 자체’다. 대기업일수록 최고 경영진은 임원과 중간관리자를 개인이 아닌 숫자로 관리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누구를 그 자리에 앉히느냐는, 조직이 어떤 철학과 기준으로 운영될 것인가를 선언하는 행위다.

현실에서 이 결정은 생각보다 허술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왜 이 사람을 선택했는가를 설명할 수 있는 기준 없이, 감이나 상황 논리로 자리가 채워진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그 사람이 걸어온 도전의 과정을 가장 잘 아는 현장 리더가 아니라 관리 부서가 인사 결정을 주도할 때 생긴다. 결과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일괄적인 잣대가 기준이 되는 순간, 조직에서 도전은 조용히 사라진다.

인격적 성실성(integrity): 정의하기 어렵지만, 부재는 금방 드러난다

이 챕터에서 가장 오랜 토론이 벌어진 주제는 단연 인격적 성실성(integrity)이었다. 번역부터 쉽지 않다. ‘성실성’, ‘인격’, ‘진정성’… 어느 하나도 딱 들어맞지 않는다. 우리는 integrity의 어원인 integer가 ‘분리되지 않은, 통합된 상태’를 의미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내면의 가치와 실제 행동이 일치하는 상태, 즉 생각과 말과 행동의 일관성이 그 핵심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유교에서 말하는 군자(君子)의 개념과도 닿아 있다.

드러커는 인격적 성실성을 직접 정의하지 않고, 그것이 결여된 사람의 모습으로 설명한다. 포장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성품의 결함을 감추기 쉽다. 드러커가 제시하는 세 가지 경고 신호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사람의 약점에만 집착하는 냉소주의자다. “김 대리는 기획력이 떨어져, 박 과장은 프레젠테이션이 엉망이야.” 남의 흠결만 현미경으로 찾아내는 리더 밑에서 팀원들은 새로운 시도보다 혼나지 않으려는 방어적 자세로 일하게 된다. 둘째는 “무엇이 옳은가” 대신 “누가 옳은가”에 집착하는 사람이다. 이런 리더 밑에서 직원들은 업무에 집중하는 대신 눈치 게임을 시작하고, 치명적인 실수가 터지면 고치기보다 은폐하기에 급급해진다. 신뢰가 붕괴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셋째는 자신보다 강한 부하를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유능한 후배가 올라올까 전전긍긍하며 정보를 숨기고 공을 가로채는 리더는, 인격적 성실성 결여의 가장 파괴적인 형태다.

드러커는 단언한다. 역량이 부족한 사람은 적절한 훈련과 배치로 만회할 수 있다. 하지만 인격적 성실성이 결여된 사람은 다르다. 아무리 눈부신 실적을 내더라도 그들은 조직을 내부에서부터 썩게 만든다. “나무는 꼭대기부터 죽는다(Trees die from the top).” 조직의 정신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맺으며: 무엇이 리더를 만드는가

드러커는 리더십을 만들어낼 수는 없지만, 올바른 실천들이 리더십이 발현될 조건을 만든다고 했다. 성과 기준을 높이 세우고, 기회에 에너지를 집중하며, 사람에 대한 결정을 진지하게 다루고, 인격적 성실성(integrity)을 타협 불가능한 기준으로 고수하는 것. 이 네 가지 실천이 쌓일 때, 리더십은 자연스럽게 그 위에서 자란다.

당신의 조직에서 마지막으로 이루어진 중요한 인사 결정을 떠올려보라. 그 결정이 구성원들에게 어떤 신호를 보냈는가. 그것이 당신 조직의 성과달성 정신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거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