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부터 현대차그룹 및 외부 전문가 4명은 매주 월요일 아침 7시, 온라인으로 모여 피터 드러커의 저서 《매니지먼트》를 읽고 토론한다. 각자의 현장 경험과 관점이 부딪히며 만들어낸 깊이 있는 통찰을 공유한다. 이번 글은 2025년 1월 27일 진행된 ‘35장: 중간 관리자들에서 지식 조직까지 (From Middle Management to Knowledge Organization)’ 강독회 내용을 바탕으로, AI 시대 중간 관리자의 역할을 재조명한다.
들어가며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최근 중간 관리자를 대거 해고했다. 많은 사람들이 “AI 시대에 중간 관리자는 사라지는 것인가?”라고 질문하지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고 조율하는 기능만 하던 중간 관리자는 사라지지만, AI로 무장한 강화 역량을 가진 새로운 유형의 중간 관리자들이 대거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AI Native 조직의 본질은 지식 조직이다. 지식 조직은 불확실성을 다루며 그 속에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한다. 우리 조직이 기존에 창출하던 가치가 100이고 비용이 90이었다면, AI의 역할은 90을 줄이는 것이 아니다. 100을 1,000으로, 10,000으로 키우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새로운 지식 노동자다.
1950년대 vs AI 시대: 역사는 반복된다
1950년대 자동화 기술이 데이터를 폭발시켰을 때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사람들은 중간 관리자가 사라질 거라 예측했다. 하지만 한 자동차 공장에서 1949년부터 1970년 사이 생산직은 3분의 1 감소했지만 중간 관리자는 5배 증가했다. 기계가 쏟아낸 엄청난 데이터를 해석하고 비즈니스 의사결정으로 연결할 지식 근로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관리만 하는 ‘라인 매니저’는 정리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정리하려고 한 계층은 단순히 정보를 위아래로 전달하고 일정을 조율하며 보고서를 취합하는 라인 매니저들일 것이다. 구조조정 된 이들이 그런 성향의 사람들이란 뜻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존에 이런 역할을 하던 관리자 레이어 전체를 지워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새로운 유형의 중간 관리자들을 채우고 싶었을 것이다.
AI 시대 중간 관리자의 세 가지 핵심 역할
첫째, 창발적 상황에서의 판단
AI는 예측 가능한 패턴은 잘 처리한다. 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창발적 상황에서의 의사결정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AI 시대의 중간 관리자들은 창발적 상황을 의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AI를 활용하여 필요한 역량과 지식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조직은 이들에게 현장에서 즉각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어야 한다.
둘째, 맥락 기반 해석
AI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찾아낸다. 하지만 그 결과를 조직의 맥락, 문화, 전략 속에서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은 인간의 역할이다. 여기서 핵심은 옆과 위를 향한 책임이다. 전통적 관리자는 아래로만 향하는 권한을 가졌다. 하지만 지식 전문가는 동료들과 상사를 향한 책임을 가진다. 직접 지휘권 없이 지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수평적 설득과 협상이 핵심 역량이다. 이것이 네트워크형 조직의 본질이다. 조직은 이들을 “부하”가 아니라 “주니어 동료”로 대우해야 한다.
셋째, 상사를 교육하는 역할
AI 시대일수록 경영진은 더 많은 것을 “모른다”. 마케팅 트렌드, 기술 변화, 고객 데이터는 실무자가 훨씬 더 잘 안다. 드러커는 파격적으로 제안한다. 최고 경영진이 젊은 지식 전문가들에게 “당신이 하는 일에 대해 내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말해달라. 회사의 기회가 어디에 있는지 나를 가르쳐달라(Educate Me)“고 요청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소원 수렴함이 아니다. 조직 전체의 관점에서 경영진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치열하게 고민하고 준비해서 설득해야 할 무거운 책임이다.
이것이 작동하려면
이 세 가지 역할이 작동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명확한 의사결정 권한(누가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결정할 수 있는가), 정보와 맥락의 양방향 흐름(위에서 아래로는 전략과 우선순위, 아래에서 위로는 전문 지식과 현장 인사이트), 그리고 수평적 협업 구조(아래로만 향하는 권한이 아니라 옆과 위를 향한 책임).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자기통제가 있다. 외부의 통제가 아니라 내부의 동기다. 스스로 목표를 정의하고 성과를 측정한다. 조직은 이들을 “부하”가 아니라 “주니어 동료”로 대우해야 한다. 지위는 중간이지만 영향력은 최고 경영진급이다.
맺음말: 당신은 근육인가, 지능인가?
경영이란 본질적으로 육체적인 힘을 사고력으로, 관습을 지식으로, 강제력을 협력으로 대체해 나가는 과정이다. 지금 많은 대기업은 여전히 위계적 문화와 라인 매니저들의 통제를 강조한다. 하지만 AI 시대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지금 주어진 계획을 단순히 수동적으로 집행하는 과거의 라인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가? 아니면 당신만의 전문 지식으로 상사의 결정을 뒤바꿀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식 조직의 심장으로 일하고 있는가?
당신의 지식은 이 조직의 근육인가, 아니면 지능인가? AI 시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당신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